글로벌 최저한세 도입과 내국추가세, 세금 제도의 대 변화
2025년 한국 세법 개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슈 중 하나는 글로벌 최저한세의 본격 도입입니다.
이 제도는 다국적 기업이 조세회피처나 세율이 낮은 국가에 자회사를 두고 세금을 최소화하는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 OECD와 주요 140여 개국이 합의한 국제 조세 규범입니다.
2019년 OECD가 처음 논의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국가 주권 침해”라는 반발이 있었지만, 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이 심화되면서 세수 확보의 필요성이 커졌고, 결국 글로벌 공조가 이뤄졌습니다.
특히 한국은 글로벌 최저한세와 함께 내국추가세를 신설하여, 해외에서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낸 기업이 국내에서 일정 수준의 세금을 추가로 내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 발생한 이익이 외국 정부에 과세되는 것을 방지하고, 세수 유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대기업 몇 곳에만 해당하는 이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는 국내 중견기업, 해외 자회사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그리고 해당 기업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까지 영향을 미치는 세금 제도의 대변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글로벌 최저한세와 내국추가세의 구조, 적용 방식, 세금 전략 변화, 그리고 실질적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겠습니다.
1. 글로벌 최저한세의 개념과 세금 적용 방식
글로벌 최저한세(Global Minimum Tax)는 다국적 기업의 전체 해외 자회사 평균 유효세율이 15% 미만일 경우, 모국에서 차액만큼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이 방식은 GloBE(Global Anti-Base Erosion) 규칙에 따라 계산되며, 해외 각국의 법인세·지방세·특별세까지 고려하여 유효세율을 산출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본사를 둔 기업이 해외 자회사에서 5%의 세율로 세금을 납부했다면, 한국 세무당국은 최소세율(15%)에 미달한 10%를 추가로 과세합니다.
결국, 과거처럼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세워 법인세를 최소화하는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세율 조정이 아니라 과세 권한의 재배분이라는 국제 조세의 새로운 흐름을 반영합니다.
2. 내국추가세의 신설 배경과 세금 부과 원리
한국 정부는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하면서 내국추가세(Domestic Top-up Tax) 제도를 함께 설계했습니다.
이 제도는 외국 모회사가 한국 자회사에서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낸 경우, 해외 모국 정부가 그 차액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한국이 먼저 과세하는 방식입니다.
즉, “한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먼저 세금을 거둔다”는 원칙을 제도적으로 확립한 것입니다.이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합니다.
- 세수 유출 방지 – 외국 정부로 세금이 이전되는 것을 차단
- 투자 환경 안정화 – 국내 기업이 해외 세금 규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보호
3. 세금 전략에 미치는 구조적 변화
글로벌 최저한세와 내국추가세가 시행되면, 기존의 ‘저세율 국가 활용’ 전략은 매력이 사라집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납니다.
- 법인 구조 재설계: 해외 자회사 수와 위치, 기능을 재검토해 세율 최적화 대신 공급망 효율성을 우선하게 됩니다.
- 투자 유치 방식 변화: 해외 자본 유치 시 세금 부담이 반영되어 투자계약 조건이 변경됩니다.
- 현지 재투자 확대: 세금 차익을 줄이기 위해 해외 이익을 본국 송금 대신 현지 사업 확장에 사용합니다.
- 이익 분산 전략: 특정 자회사의 세율이 너무 낮아 추가 세금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익을 여러 국가에 분산시킵니다.
4. 세금 부담 변화 시뮬레이션
가상의 사례로, 한국 본사를 둔 B기업이 동남아 자회사에서 1,000억 원의 이익을 내고, 현지 법인세율 5%로 50억 원을 납부했다고 가정합니다.
글로벌 최저한세 기준 세율 15%를 적용하면 실제 납부해야 할 세금은 150억 원입니다. 이미 50억 원을 냈으므로, 한국에서 100억 원의 내국추가세를 추가로 내야 합니다.
이전 같으면 이 100억 원이 세금으로 빠져나가지 않았을 수 있지만, 새 제도하에서는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세금입니다.
즉, 해외 저세율 지역에 법인을 둬도 절세 효과가 사실상 사라진 것입니다.
5. 중소·중견기업과 투자자에 미치는 세금 파급 효과
많은 사람들이 “이건 대기업만 해당된다”라고 생각하지만,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과 이익이 일정 규모 이상인 중견기업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기업에 투자하는 주주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이 커지면 배당 여력이 줄어들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세금 정책 변화는 주가 변동성에 직결될 수 있으며, 특히 외국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투자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6. 대응 전략: 세금 리스크 최소화
기업이 글로벌 최저한세·내국추가세 환경에서 세금 리스크를 줄이려면 다음과 같은 전략을 고려해야 합니다.
- 국가별 세율 모니터링 – 자회사 소재국의 세율 변동과 국제 조세 동향을 실시간 파악
- 현지 재투자 확대 – 이익 송금 대신 현지 법인 확장에 사용해 과세 대상 소득 축소
- 이익 분산 구조 설계 – 고세율·저세율 국가 간 이익 분배 조정
- 세무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 복잡한 규정에 맞춰 구조를 재설계하고 사후 리스크 방지
- 장기 시뮬레이션 – 3~5년 단위 세금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불확실성 대응
결론
글로벌 최저한세와 내국추가세의 도입은 단순히 세금을 더 걷는 제도가 아닙니다.
이는 국제 조세 질서를 재편하고, 국가 간 법인세 인하 경쟁을 억제하며, 세수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과거의 절세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되었지만, 동시에 세금 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세금 환경에서는 국제 규범을 이해하고, 이를 경영 전략과 투자 판단에 반영하는 능력이 생존을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세금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기업 전략의 핵심 변수이자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